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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금토큰 시대 열린다 … 은행권 '열공'

최근도 기자
입력 : 
2023-07-23 17:07:25
수정 : 
2023-07-23 19:4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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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밸리은행 사태 이후
안정성 높은 예금토큰 관심
시중은행은 한은 디지털화폐
예금자는 예금토큰으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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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은행권에서 스테이블코인을 대체할 수 있는 예금(CD)토큰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CD토큰은 은행의 예금을 블록체인 기술로 토큰화한 것이다. 예컨대 신용카드로 결제를 했다면 결제일에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면서 청산이 되는데, 이 지급결제 과정을 블록체인화해서 고객과 카드사, 카드사와 은행 사이에 돈 대신에 CD토큰이 오가는 식이다.

CD토큰이 주목받는 이유는 스테이블코인의 대체재로 기능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강하게 대두되면서다. CD토큰은 기존 은행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신뢰를 담보할 수 있다.

특히 지난 3월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USDC, DAI 등 일부 스테이블코인 신뢰도가 흔들리면서 이를 대체할 CD토큰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23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최근 내부적으로 한국은행이 주도하는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CBDC) 개념증명(PoC)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방침을 세웠다. 개념증명은 시장에 신기술을 도입하기 전 검증 과정을 거치는 것을 말한다. 아직 국내에 CBDC 시스템이 확정된 게 없어 사업 계획을 세울 정도 단계는 아니지만, CD토큰 사업에 대한 내부 연구를 통해 한은이 준비하고 있는 블록체인을 통한 통화 시스템 준비 작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다.

다른 시중은행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우리은행도 최근 우리금융경영연구소가 CD토큰 관련 보고서를 냈다.

시중은행들이 CD토큰에 큰 관심을 나타내기 시작한 건 이창용 한은 총재가 지난 3월 국제결제은행(BIS) 행사에서 "토큰화된 예금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부터다. 이 총재는 당시 "한은은 도매용 CBDC를 통해 국경 간 결제 시스템 등에 CBDC 기능을 활용하고 은행의 유연성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존 화폐의 '2층 시스템'을 본떠 만들어진 게 CBDC와 CD토큰 구조다. 오래전 중앙은행이 없던 시절에는 시중은행이 어음을 발행하면 이를 통해 결제를 하고, 이후에 은행들이 모여 청산하는 과정을 거쳤다. 지금은 청산소 역할을 중앙은행이 한다. 이 같은 구조에 블록체인을 활용할 경우 기존 발행어음(예금)을 CD토큰이 대체하고, 이를 청산하는 과정은 CBDC를 주고받아 해결한다.

이처럼 'CBDC·CD토큰' 결제 방식이 안정성을 담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지난 3월 BIS에서는 스테이블코인의 문제점이 논의됐다. 세계 2위 규모 스테이블코인 USDC의 운영사인 서클에서 400억달러의 준비자산 중 약 8%에 해당하는 33억달러를 SVB에 예치했다고 발표하면서 USDC 가격이 역대 최저 수준인 0.88달러까지 하락했다. USDC 보유자들이 대거 매도에 나섰기 때문이다.

특히 CD토큰을 통한 결제는 은행끼리 중앙은행이 발행해 담보가 확실한 CBDC만 주고받으면 최종 청산이 된다. 반면 USDC를 발행하는 서클과 테더를 발행하는 테더는 서로 청산 과정을 갖지 않는다. 이 때문에 USDC와 테더는 명목상 모두 1달러로 가치가 고정돼 있지만, 실제로는 정확히 1대1로 교환되지 않는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CD토큰은 은행 입장에서 지금 시스템과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안정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CD토큰의 경우 은행 예금을 기반으로 발행되기 때문에 신원 확인이 필수적이라는 점도 특징이다. 기존 스테이블코인은 발행사가 발행한 가상자산이 이후 돌고 도는 과정에서 누구 손에 들어갔는지 알 길이 없다. 하지만 CD토큰은 예금계좌를 기반으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모두 신원 확인이 된다.

[최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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