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첫 메타버스의 은밀한 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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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드' 개발하고도 스타트업 이름 빌려 앱마켓 등재
"지주 내 거버넌스 부재. 금융 당국 눈치보기 중첩"
신한금융지주가 첫 메타버스 서비스를 은밀하게 선보였다. 역점적으로 추진된 사업이 1년여 만에 성과물을 냈지만 정작 출시는 조용히 진행됐다.
.서비스 내놓고 외부엔 조용히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지난 7월 메타버스 서비스인 인사이드를 구글플레이 등 앱마켓에 올렸다. 인사이드는 온라인 캐릭터인 아바타를 내세운 새로운 형태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다. 아바타를 만들고 개인 공간인 마이룸을 꾸며 회원들끼리 룸을 넘나들며 소통하는 구조다.
구글플레이의 다운로드 수는 5만회 이상으로 출시 초기 사용자는 어느 정도 확보된 것으로 보인다. '40대 아재'로 캐릭터를 설정했음에도 불구하고 반나절도 안 돼 십수 건의 친구 요청이 이어졌다. 앱 평점은 2.6점으로 낮지만 대부분 느린 속도와 발열 등을 문제삼아, 업데이트가 지속적으로 진행되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의 여지가 있다.
인사이드는 최근 선보인 NH농협은행의 독도버스, 신한은행의 시나몬 등 은행권 메타버스와는 결이 다르다. 금융, 공공성 색채를 완전히 지우고 오로지 재미에만 '올인'해 놀이 요소를 강화한 3차원 버전 싸이월드 느낌이다.
눈여겨 볼 대목은 '신한' 간판까지 완전히 내리고 외부에 알리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앱마켓에 인사이드 개발사는 신한금융 대신 6인 규모의 스타트업 '뉴토'로 돼 있다. 뉴토 측은 신한금융과의 협업 여부에 대해 "고객사 요청으로 말할 수 없다"고만 답했다.
신한금융은 메타버스 서비스를 위해 지난해 5월 전담 조직인 TODP(토탈 온라인 디지털 플랫폼) 추진단을 회장 직속으로 설치한 바 있다. 사무실도 서울 본사가 아닌 판교에 따로 마련해 디지털 조직임을 강조했다. 사무실 개소 당시에는 대대적으로 출범을 알려놓고 정작 서비스가 출시되자 함구하는 분위기다.
. 깐깐한 규제망에 눈치보기까지
신한금융 안팎에서는 내부의 메타버스 관련 거버넌스 혼선과 금융당국 눈치보기가 결합된 결과로 해석한다.
인사이드는 금융의 특성을 녹여낸 은행권 메타버스나 혁신금융으로 지정받은 신한은행 배달앱 서비스 땡겨요 등과는 성격이 다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공공성, 금융 연계성을 아예 없애고 재미, 놀이만 강조한 플랫폼을 금융ㄷ당국이 곱게 볼 리 없다는 점이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비금융 자금을 끌어모아 새로운 계열사를 만들고 이를 통해 인사이드 서비스를 출시하는 방안이 모색됐지만 M&A(인수.합병)와 지분투자를 단행하기에는 지주 내 콘트롤타워와 우군이 부재했다. 개발을 맡은 TODP가 혼자 감당하기는 버거운 설계다.
올해 1월에야 지주 최고디지털책임자(CDO)로 취임한 김명희 부사장 입장에서는 '자기 사업'이 아니라고 여길 수 있다. TODP는 지주 경영관리부문, 전략기획부문을 떠돌며 구심점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초기 계획 단계에서 3000억원으로 상정됐던 투자유치 규모도 250억원으로 줄었다. 개발을 이끌었던 장현기 추진단당(본부장)도 이달 1일 인사에서 SK텔레콤 부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금융 측은 "신한은행의 메타버스 서비스는 시나몬에 집중하고 있다"며 "인사이드에 대한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미 수백억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스타트업으로 분사하는 '스핀오프' 등을 통해 새 진로를 탐색할 수 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은행은 50명 중 1명만 반대해도 신사업을 추진하기 어렵고 반대로 스타트업.핀테크의 경우 50명 중 1명의 찬성만 얻어내도 추진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며 "엄격한 내부 의사결정 구조, 규제망에 둘러싸인 기존 금융사들이 신사업을 성사시키기 그만큼 지난한 것이 현실"라고 지적했다.